[중앙 칼럼] 현대판 ‘불가사리’ 정보기술 기업

한국 전설 가운데 ‘불가사리’라는 상상 속 괴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불가사리는 여러 동물의 부위가 합쳐진 얼굴과 몸을 가졌고 쇠로 만들어진 물건을 닥치는 대로 먹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전설 속의 동물로 여겨졌던 불가사리는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여전히 존재한다. 현대판 불가사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몸집을 키우며 성장하고 있어 이 괴물이 우리의 일상에 미칠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몸으로 느끼고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을 뿐이지 전설 속의 불가사리가 인간 세상에 끼친 막대한 피해에 버금가는, 또는 그 보다 훨씬 심각한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어 현대판 불가사리의 존재는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현대판 불가사리는 바로 정보기술(IT) 공룡기업이다. 특화한 플랫폼으로 뿌리를 깊게 내려 거목으로 성장한 뒤 이를 기반으로 막대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더해 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거의 모든 산업 분야를 먹어 치울 기세다. 날이 갈수록 몸집과 함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전설 속의 불가사리는 쇠를 먹으면서 봉건체제 붕괴나 악당을 물리치는 선한 결과를 선물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일반 민중의 삶까지 피폐화하는 괴물이 됐다.

이런 성장 과정은 IT 기업 공룡화의 성장 과정에 그대로 투영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면서 친숙해진 뒤 점차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불가사리다.

한때 한국 재벌기업들이 문어발식 경영으로 지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IT 기업들이 이런 막무가내 문어발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책방으로 시작해 우주산업에까지 뛰어 든 아마존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은 미국에만 80만 명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130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면서 가전제품, 식품, 영화 등 거의 손대지 않는 사업이 없을 정도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공룡기업이 아마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도 속도만 다를 뿐 사업 영역 확대에 적극적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한인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모회사인 카카오는 최근 한국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으로 따져 3,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일반인은 카카오톡만 떠올리지만 계열사가 100개 이상이며 지금도 멈출 줄 모르고 성장하는 기업이다.

공격적인 경영방식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는 느낌이다. 택시호출 같은 모빌리티 시장, 선물하기 같은 상품 거래 시장, 영화와 공연 같은 콘텐트 시장, 최근에는 은행에 이어 보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제는 이들 공룡 기업들이 핵심사업, 즉 플랫폼을 기반으로 각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구조가 독점적일수록 경쟁이 제한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인상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면서 이익이나 만족도가 줄고 지출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떻게 보면 독과점 기업의 탄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과점 기업을 그대로 방치하면 각종 사회문제가 심화하면서 사회 안정이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심지어 정부의 존립 자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 안정 측면에서라도 각종 독과점 기업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로 통제 불가능한 불가사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이른바 팡(FAANG)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꼭 필요한 조치라고 본다. 오히려 늦은 감도 있지만 상생과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또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자유시장경제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불가사리는 없어야 한다.

자유 경쟁과 혁신도 좋지만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사회는 가진 자만의 감옥일 뿐이다.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 우리가 추구해야 될 궁극의 세상이다.

경제부 김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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