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메운 인국공의 분노 "졸속 정규직화, 공정함 무너졌다"



1일 서울 중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가 열렸다. 김지아 기자





“원칙과 공정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 노력하는 자보다 운이 좋은 자가 결과를 독식한다면 청년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질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요원 등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이들이 1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 모였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인국공 직원 800명을 포함해 취업준비생, 대학생 등 2000명(주최 측 추산)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인국공 노조가 개최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공정문화제)에 참석했다. 특히 인국공 노조가 서울에서 집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누구는 직고용 누구는 실직자 원칙 없는 정규직화 중단하라’ ‘불공정한 전환 절차 청년들은 분노한다’ ‘정규직 전환 채용 비리 엄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공항 측의 정규직화 추진이 일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준비생 박종훈(29)씨는 “뉴스를 보고 분노해서 나왔다”며 “취준생이 원하는 것은 공정함”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누구나 인국공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스를 보고 굉장히 허탈했다”며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성우(30)씨는 “나는 이미 취업을 했지만 취준 과정을 겪은 사람으로서 분노해서 참석했다”며 “정부에서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다. 정규직 전환이 좋긴 하지만 노동 유연성도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한번에 정규직 전환을 하는 것은 터무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친구가 인국공에 다닌다”는 회사원 박상태(35)씨는 “전형적인 문재인 정부의 성과 만들기라고 여겨진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인국공 직원 A씨 역시 “우리는 결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정규직 전환 과정의 불공정함에 분노하는 것이고 과정의 불공정함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3년간 노사 합의를 깼다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보기에는 밥그릇 싸움한다고 여겨지지만 결코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정 비행기 날리는 퍼포먼스…'불공정 OUT'



1일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 참석자들이 공정 비행기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이날 인국공 관계자들은 문화제에 참석한 취준생들에게 ‘전국 주요 공기업 합격 수기집’과 #JUSTICE(정의)라는 문구가 쓰여진 팔찌, ‘공정한 인국공 암반수 추출 공정수’라고 쓰여진 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공정 비행기’를 던지는 퍼포먼스와 '부러진 연필'을 이어붙이는 퍼포먼스도 진행됐고, 집회 장소 인근에 마련한 ‘과정의 공정zone(구역)’에는 ‘불공정 OUT’ 이라는 문구가 적힌 두더지 잡기 게임기와 펀치 기계도 있었다.





이날 문화제에서 인천국제공항 노조가 나눠준 공정한 인국공 암반수 추출 공정수(왼쪽)와 집회 장소에 마련된 두더지 잡기 게임기. 김지아 기자






전영민 청년과 미래 청년대표는 단상에 올라 “제가 모든 청년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이 자리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고 입을 열었다. 전씨는 “정책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과정을 무너뜨렸으며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줬다”며 “2017년 5월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3년간 노사정 협의를 통해 합의문이 도출되었으나 올해 6월 합의문은 손바닥 뒤집듯 엎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과 원칙은 어디에 있느냐”며 “원칙과 공정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 노력하는 자보다 운이 좋은 자가 결과를 독식한다면 청년들의 삶은 더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인국공 사태 겪으며 '우리 사회 공정한가' 생각"



1일 서울 중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가 열렸다. 김지아 기자






장기호 인국공 노조위원장은 “인국공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는 정의로울 수 없다”며 “인국공 사태가 터진 후 정부는 청년 일자리는 무관하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공사 자회사인 경비보안주식회사에서 경비보안요원 34명을 채용하는데 무려 13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이중 70% 이상이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이었다”며 “부동산으로 쉽게 돈벌고 양질의 일자리를 쉽게 얻은 기성세대가 어찌 청년들의 박탈감을 이해하겠나”고 지적했다.

이날 취준생, 직장인뿐 아니라 직장을 퇴직한 이도 문화제에 함께 했다. B(63)씨는 “운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크면 안 된다”며 “이런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나왔다”고 말했다. B씨는 “취준생들이 자식 같아 보인다”며 “인생을 살아보니 운이 참 중요한 것이지만 운으로만 이뤄지는 세상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공사는 지난 6월 22일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형태로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이후 공사 정규직 노조는 "노동자를 배제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반발했고 취업준비생들은 대졸자 공채 감축 가능성과 역차별 등을 언급하며 공사의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정부가 인국공 사태에 책임을 지고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사전문가 합의체를 즉각 구성하길 요구한다”며 “우리 노조원은 공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아·정혜정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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