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하버드 합격통지서를 원하는 부모들

미 전국에서 명성이 높은 캘리포니아 주립대인 UC에는 매년 10만 명이 넘는 지원서가 접수된다. 연간 지원서 규모는 전국의 주립대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UC의 입시 전형 중에는 표준 대입시험인 SAT와 ACT 점수를 제출하라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조만간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입시험의 필요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입시험이 학생의 실력을 알아보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온다면 아마도 시험점수 제출은 필수에서 선택 항목으로 바뀔 것이다.

UC의 이러한 조치는 매년 들리는 시험문제 유출로 인한 부정행위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SAT 시험문제가 중국에서 유출돼 시험 결과가 전면 취소된 일이 있었다.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 학원가에도 SAT 문제 유출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자주 발생해왔다.

시험지 유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눈길을 끄는 책이 있다. 피터 웨이너가 쓴 '기습공격(Sneak Attack)’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SAT를 잘 보기 위해 엘리트 학생들이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서 허용하는 모든 합법적인 도구를 이용해 SAT 시험문제를 해킹한다는 내용이다. 합법적인 도구 중에는 계산기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낳은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시험문제 유출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건 그만큼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수년 전 하버드 재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대입시험의 공포에 대한 글이다. 이 학생이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커서 시험장소에 가면서 거의 울 뻔했다는 내용을 읽은 블로그 방문자들은 공감 댓글을 줄줄이 달았었다. 공부를 잘 하든 잘 못하든지 SAT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와 공포감은 누구나 느낀다. 우등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오히려 부모와 학교, 교사의 높은 기대감 때문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받는 압박감은 대입시험 뿐만 아니라 합격 통지서가 날아올 지금도 계속된다.

합격자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나갈 때쯤이면 “자녀가 지원한 캠퍼스의 합격 기준을 알려 달라”, “사립대 합격 통보 날짜는 언제인지 알려 달라”고 묻는 이메일이 꽤 많다. 자녀가 번듯한 대학에 합격하길 기대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부모의 기대감을 자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래서 자녀는 합격했다고 적힌 대학 통지서를 봐도 기쁘지 않을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대학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맘 때쯤이면 교육 관계자들은 합격 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에게 대학 이름에 의존하지 말고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학생활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아갈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이 학교 이름을 한번에 알 수 있는 대학에 자녀가 다녔으면 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에서 조기 합격통지를 받았던 한 한인 학생은 “지원서를 제출하려고 했더니 학교 이름을 처음 들어본 엄마, 아빠는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내게 다른 대학에 진학할 것을 권했다”고 시무룩하게 전했다.

모든 학생이 아이비리그에 합격할 수는 없다. 또 학생마다 공부하고 싶은 대학이 있다. 대학 4년은 성숙한 사회인이 되는 과정이다. 이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스스로 살아가야 할 삶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없을지 모른다. 자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학부모가 마음을 비우고 자녀의 결정을 지지하고 격려하고 지켜봐야 할 때다.

사회부 부국장 장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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