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북한 신년사…남북관계 긍정 가득찼지만 위장 평화공세 우려도

올해 남북관계 긍정용어 증가
'완전한 비핵화' 의지 드러내
연평해전…위장 평화공세 우려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 발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그 어느 해보다 2019년 북한 신년사에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 이유는 지난해 남북관계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북한 신년사로부터 해빙무드가 시작했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고 아이스하키팀은 단일팀을 구성해 선전했다.

그리고 4월부터 3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6월엔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개최 후 2007년 2차 회담은 7년 만에 열렸다. 지난해 정상회담은 이와 비교하면 매우 빠르게 이어졌다. 지난해는 남북정상회담이 3차례 열렸고 미북정상회담도 개최된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특별한 해로 남을 것 같다.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참석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중앙포토]

또한 2018년에는 북한의 공세적인 행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우리 어선이 북한군에 2시간 나포됐고, 12월에 북한 헬기가 2차례 우리 전술조치선(Tactical Action Line) 침범해 공군 전투기가 비상 출동한 것을 제외하고는 공세적 행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들이 2019년 북한 신년사 발표에 관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한편 북한은 1946년부터 현재까지 1월 1일이 되면 신년사를 발표해 오고 있다. 북한에서 신년사는 최고 권력자의 공식적인 교시(가르침)로 최상 권위를 자랑한다. 즉 신년사는 헌법보다도 상위의 개념으로 절대복종해야 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위상은 매우 높다. 북한이 매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 우월성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것은 물론, 3부자 우상화를 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신년사는 공산주의 언론 속성을 띄고 있어 이미지 조작을 통해 주민들에게 적대 의식을 고양하고 내부통치에 활용해 왔다. 신년사 분석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같은 용어(단어)라 할지라도 남북한이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화’라는 단어가 우리식으로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반면, 북한식으로는 자본주의를 말살해야 평화가 온다는 식이다.

지난달 북한군이 시범 철수ㆍ파괴하기로 한 한국군 GP를 검증하고 있다. 이날 남북은 11곳씩 모두 22곳의 GP를 상호검증했다. [사진 국방부]

2019년 신년사에서 북한은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겠다”며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남북관계를 “적대관계 청산으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교착상태의 북·미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가능성도 비쳤다. 그리고 “자립경제 위력을 강화하고 부정부패와 전쟁을 선포했으며, 비도덕적·비문화 풍조를 과감한 배격”을 강조하였다.

발표 형식에서도 파격을 보였다. 2013년에는 인민복으로 2017-18년에는 양복 차림으로 책상 앞 또는 단상에 서서 신년사를 읽었다. 그러나 올해는 소파에 앉아 발표함으로써 경직 분위기에서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TV 화면에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을 비추게 함으로써 존중감 표시와 백두혈통으로서 체제 안정성을 과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아래)이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화성-15형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

한마디로 2019년 북한 신년사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과 평화 무드 조성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북한이 우리 정부를 지칭하는 가치 중립적인 용어(북남관계, 북과 남 등) 선택을 무려 28회나 하였다. 긍정 용어는 2016년 10회, 2017년 8회, 2018년 13회에 비해 매우 증가했다. 반면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용어선택은 하지 않았다. 신년사 분석에 있어서 이처럼 긍정인식이 증가하면 긍정관계는 비례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군사적인 관점’으로 북한 신년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안보적인 측면에서는 0.1% 허점도 허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신년사에서 “방위력을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적 현실이 이를 뒷받침할 수 없고 남북한 군축 분위기에 배치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추진할 것으로 해석한다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주한미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B-52 등의 전략폭격기들의 한반도 전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은 핵무기가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난감하며, 이는 전형적인 핵보유국 행태로 북한은 앞으로 핵보유국으로 행동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겠다”고 표명하였는데, 이처럼 완전한 비핵화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면 370여개 달하는 핵시설과 다수 핵무기를 어떠한 절차에 의해 폐기하겠다는 것이 언급되었어야 했다.

월드컵 3,4위전 경기에서 시청 앞 붉은악마 응원[중앙포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금의 화해·협력 분위기가 계속되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남북한 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될수록 더욱 경계를 철저히 하고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북한은 과거 조만식 선생과 간첩 김삼룡을 맞교환하자며 위장 평화공세를 펼치다가 6·25전쟁을 일으켰다. 지난 2002년 햇볕정책 추진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월드컵 4강전을 치를 때 북한 경비정이 NLL 침범하여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북한은 지금까지 정전협정을 위반한 사례는 2800회에 달한다.

따라서 지금의 해빙무드가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착각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에 하나 지난해 12월 북한 헬기가 2차례 전술조치선(TAL)을 침범한 것도 우리 공중경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의문을 제기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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